문준용의 포차이야기 Part2. 나는 포장마차 주인이다 - 이태원 양손잡이 주방장
Part2. 나는 포장마차 주인이다 - 이태원 양손잡이 주방장
처음 장사를 시작하고 3년을 혼자 모든 걸 감당했다. 혼자서 안주를 만들고, 서빙을 하고, 손님이 나가면 테이블을 치우고…, 혼자 북치고 장구를 쳤다. 그러다 보니 손님이 많아지면서 안주가 손님이 원하는 타이밍에 한 박자씩 늦어지는 게 가게 최대의 단점이 되었다. 안주를 제때 못 내니 스스로 조급증이 생겨 어떤 때는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다.
심지어 손님이 들어오면 반가운 마음에 “어서 오세요”가 나와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혀 인사도 못 건넬 정도였다. 미처 테이블을 치우기도 전에 손님이 들어오면, 양해를 구하고 급하게 테이블을 정리하는데 땀이 비 오듯 했다.
안주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테이블을 치워야 한다는 부담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심각하게 시스템을 고민했다. 더 이상 마구잡이로 일을 할 게 아니었다. 일의 순서를 정하고 최대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동선이/ 문제였다.
주방 일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서 양념을 놓는 자리, 주방 도구를 놓는 자리를 분명히 정해놓고, 일이 닥쳤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했다. 자주 쓰는 식재료와 덜 쓰는 식재료의 위치를 다시 정비했다. 자주 쓰는 재료일수록 꺼내기 좋은 위치에, 손으로 잡기 편한 위치에 배치해 두었다.
주방은/ 철저하게/ 일하는/ 사람이/ 중심이다.
일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설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디에 무슨 양념이 있고 냉장고에 무슨 재료가 있는지 등을 머리로 기억하려고 하면 이미 때는 늦는다.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기억하며 일해야 한다.
그뿐 아니다. 하다못해 그릇 숫자도 테이블 숫자보다 서너 개는 여유가 있어야 바쁠 때 당황하지 않는다. 주방뿐 아니라 매장에서 내가 쓰는 물건들도 항상 최대한 동선을 고려한 장소에 비치해 두고 반드시 사용한 물건은 원위치에 두는 습관을 들였다. 이런 간단한 원칙들을 지켰을 때 일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것만 지켜도 많은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물론 이 동선에는 ‘손님들이 편하게 자리할 수 있는가’도 포함된다.
간혹 가게 여기저기에 면봉이나 손톱깎이, 매니큐어 같은 것들을 갖다 놓는 경우가 있다. 장소를 정해 따로 두도록 해야 한다. 크게 자리 차지를 하지는 않더라도 일단 일하는 공간, 집기를 둔 곳에 같이 배치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거치적거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건 동선의 문제만이 아니다. 손님 입장이 아닌 주인 입장에서의 편리를 따진 것뿐이다. 어쨌든 손님 없이 하는 장사의 결과는 ‘망한다!’이다. 손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