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밀리면 끝장이다! - 언 땅에 뿌리는 씨앗 언 땅에 뿌리는 씨앗 장사를 시작하고 잠든 아내와 아이 얼굴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폭풍을 몰고 오는 구름처럼 무겁고 컴컴했다. 잠든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일어나는 게 얼마나 서러웠던지. 보험료 몇 푼이 모자라서 간밤에 말다툼을 하다 돌아누워 눈물을 삼켰을 아내를 뒤로 하고 홀로 일어나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가는 새벽길은 늘 한겨울이었다. 이제 봄이 오나 보다 안도했는데 언 마음은 아직 녹을 기색이 아니었다. 그 마음으로 대문을 나서 마주하는 빌딩들도 나에겐 히말라야 산이나 다름없었다. 처음 가게 문을 열 때의 설렘도 잠시 장사는 내 맘 같지 않았다. 전날 장사가 제대로 안 됐으니 별로 장 볼 거리도 없었고, 재료를 살 돈도 없었다. 자꾸 ‘왜 장사가..
Part1. 밀리면 끝장이다! - 긴 겨울 끝에 봄이 열리다. 가게 자리를 알아보러 다녔다. 사람들이 모이는 홍대 앞, 혜화동, 영등포, 이태원…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고, 동네마다 있는 생활정보지는 모조리 뒤졌다. 아내가 어렵게, 어렵게 1천만 원을 더 구해와 2천만 원을 마련해 가게 자리를 보러 다녔는데 금액에 맞는 마땅한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족히 3개월은 가게 자리만 보러 다녔다. 단돈 40만 원 들고 집을 나와 2년을 집 밖으로 떠돌다가 어떻게 마련한 돈인데, 얼마나 큰돈인데, 막상 그럴싸한 일을 시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어떤 장사를 할지 아이템을 정하는 것도 사치였다. 돈에 맞춰 할 수 있는 일을 택하는 수밖에 없었다. 형네 주차장 근처에 작은 꽃집이 있었는데 갖고 있는 돈이면 해볼 만도..
Part1. 밀리면 끝장이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다 지난 길은 돌아보면 낯익지만 서툴렀다. 적당한 때 새로운 길에 자신을 내준 과거는 가끔 짧게, 길게 어긋났다. 그게 ‘인생’이다. 그 길에서 만난 가파른 길은 결코 쉽게 오를 수 없다. 거짓말처럼 그 길 위에서 행운과 마주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가파른 고개를 넘으려면 땀을 흘리며 걷는 수밖에…. 지치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다시 내려가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결국 올라가 넘어야 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운영하던 신발공장이 망했다. 그때 나의 시간은 벼랑 끝으로 내는 길이었다. 사업이 부도가 나고, 빚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도망자 신세가 되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과정은 점점 더 나락으로 내달리는 모양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뒤돌아..
누구든 넘어질 수 있다. 그리고 누구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데, 얼마나 더 벌려고요? 이제 장화 벗고 그만 주방 일을 놓으시죠.” 요즘 간혹 손님들이나 아는 사람들이 건네는 말이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포장마차 주인입니다. 주방에서 장화 신고 안주 만들 때가 가장 좋습니다. 그때가 제일 행복한 순간이고 제가 가장 빛나는 순간입니다.” 11년 전 이태원 뒷골목, 사람도 잘 다니지 않는 후미진 골목에서 7평 작은 실내포장마차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포장마차 주인으로 살았다. 하루 내내, 운전을 하면서도 메뉴를 구상하고 서비스를 고민했다. 얼마나 그 생각에만 몰두했는지 잠이 들면 꿈속에서도 장사를 하고 안주를 만들며 오늘에까지 왔다. 처음 ‘버들골’ 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