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정성으로 채우는 술잔 - 자전거가 있는 풍경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가게’ 지금도 나는 예전 산동네 꼬부라진 골목길 어귀 허름한 선술집의 기억이 생생하다. 동네 아버지들, 아저씨들은 그 술집에서 파는 잔술 한 잔에 고된 하루를 씻어내기도 하고 다시 내일을 시작할 힘을 얻기도 했을 거다. 어쨌든 나는 그런 가게를 만들고 싶었다. 모두가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정과 낭만이 있어 서로 위로가 되는 술집을…. 사실 장사를 하면서 점점 더 힘든 세상을 버티는 소외된 사람들, 서민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도 있다. 우리 가게에 들르는 손님이면 누구든 자신만의 삶의 애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일용직, 노동자들의 지친 몸을 쉬게 해주던 선술집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Part3. 정성으로 채우는 술잔 - 나무가 숨 쉬는 포장마차 나무 상자를 구했다. 나는 평소 나무가 주는 느낌이 좋다. 물가가 올라 걱정스럽지만 봄이 오니 여러 가지 꽃을 심을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나는 주방에서 안주를 만들거나 설거지를 하면서도 무슨 꽃을 심을까 고민이다. 저녁이면 딸랑딸랑 종을 울리며 지나가는 두부 장사도 나무 상자 가득 심은 꽃들을 보며 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나무가 숨 쉬는 포장마차 이태원에 ‘버들골’ 문을 연 지 7년 되는 해, 가게 확장공사를 했다. 사람들에게 진 빚을 거의 청산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가게에 왔다가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손님이 너무 많아서였다. 일부러 멀리서 ‘버들골’을 찾아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손님은 물론, 심지어는 몇 번을 올 때마다 허탕을 치고 돌아..
Part3. 정성으로 채우는 술잔 - 주방교실 마음공부 주방을 모르면서 포장마차 장사를 할 수는 없다. 음식을 모르고 어떻게 음식 장사를 할 수 있겠는가. 주방 불 앞에서 일해본 적 없는, 겨울 수족관에 시린 손 한 번 담가본 적 없는 사람이 포장마차를 한다고 나설 순 없다. 주방에서 불과 물, 칼을 다루지 않고는 어떤 음식도 만들어낼 수 없다. 불 없이는 볶음요리든, 탕이든, 구이요리든 익히는 요리를 만들어낼 수 없고, 물과 칼 없이는 음식 재료를 준비할 수 없다. 그래서 주방 일을 하려면 우선 이 세 가지 기본을 다루는 훈련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자기 자신의 마음이다. 진정한/ 실력자는/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다. 처음 포장마차 일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 안주 만드는 법을 배우러 오..
Part3. 정성으로 채우는 술잔 - 꽃 같은 안주 낙지볶음소면을 만들고 꽃을 장식으로 놓았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다른 사물을 빛나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자기를 낮추고 산다는 건 그래서 아름다운 일이다. 꽃잎은 시들면 떨어진다. 아름다움을 고집처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리라. 소면 위로 놓은 꽃잎은 이렇게 제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꽃을 함부로 꺾을 수는 없다. 모든 건 제자리가 있다. 소면 위로 꽃잎을 올리면서 제자리를 이렇게 찾아주고 싶다. 안주는/ 세/ 번/ 먹는다. 눈으로 한 번 먹고, 입으로 한 번 먹고, 마지막으로 분위기로 한 번 먹는다. 음식점에서 술집에서 파는 음식은 맛만 있어선 안 된다. 입이 즐겁기 전에 벌써 눈이 즐거워야 하고 먹고 나선 마음이 즐거워야 한다...
Part2. 나는 포장마차 주인이다 - 이태원 양손잡이 주방장 처음 장사를 시작하고 3년을 혼자 모든 걸 감당했다. 혼자서 안주를 만들고, 서빙을 하고, 손님이 나가면 테이블을 치우고…, 혼자 북치고 장구를 쳤다. 그러다 보니 손님이 많아지면서 안주가 손님이 원하는 타이밍에 한 박자씩 늦어지는 게 가게 최대의 단점이 되었다. 안주를 제때 못 내니 스스로 조급증이 생겨 어떤 때는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다. 심지어 손님이 들어오면 반가운 마음에 “어서 오세요”가 나와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혀 인사도 못 건넬 정도였다. 미처 테이블을 치우기도 전에 손님이 들어오면, 양해를 구하고 급하게 테이블을 정리하는데 땀이 비 오듯 했다. 안주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테이블을 치워야 한다는 부담이 이만저만한 게..
Part2. 나는 포장마차 주인이다 - 포장마차 주인이 지켜야 할 기본 ‘기/본/에/ 충/실/하/자.’ ‘버들골’이 지금과 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포장마차 주인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포장마차 주인이 지켜야 할 기본 중에 기본은 정성!이다. 손님을 정성으로 대할 때, 그 마음에서 친절과 안주 맛, 가게 분위기 등 모두 발현된다. 나는 떡볶이를 우묵한 프라이팬에 넣고 볶을 때 주걱으로 재료들을 건드리지 않고 프라이팬 바닥이 긁히도록 휘젓는다. 그래야 재료들이 망가지지 않고 잘 볶아진다. 주걱으로 프라이팬 바닥과 재료 사이를 휘저으면 닿는 면적이 커져서, 재료가 탄력을 잃게 되고 모양이 금방 망가진다. 그래서 주걱으로 재료를 이리저리 휘저어서 볶는 요리는 맛이 없다. 기본을 지켜야 ..
문준용의 포차이야기 Part2. 나는 포장마차 주인이다 - 테이블에서 답을 찾으라 손님에게 관심을 갖지 않으면 또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손님이 원하는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장사하는 사람에게 생기는 문제의 답은 손님 테이블에 있다. “맛있게 드십시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주변머리가 없는 나는 이 “맛있게 드십시오”도 못 할 때가 많았다. 그래도 그렇게 주뼛대고 안주를 내고 나선 꼭 주방 앞에서 손님이 안주를 드는 모습을 확인했다. 손님의 평가는 첫 젓가락을 들기 전부터 시작된다.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은 손님의 첫술의 느낌을 읽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음식을 보고 반응하는 손님의 제스처를 보고 만족, 불만족을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 손님의 표정, 남은 안주가 곧 손님의 마음일 수 있다. 안주를 ..
꽃 장식한 소주병 버들골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 많다. 양은 냄비 뚜껑에 해산물 스티커를 붙이고 손으로 직접 글씨를 써 만든 메뉴판도, 말린 가오리에 시를 적어 놓은 가오리 시화판도, 나무를 잘라 만든 티슈통도 모두 정성으로 만들어낸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다. 그리고 어느 날 지나가는 웨딩카를 보고 만든 꽃 장식을 한 소주병도…. 생일을 맞은 손님 테이블에 꽃 장식한 소주 한 병을 서비스로 내면 인기 만점이다. 소주 한 병으로 추억 하나를 담아가는 손님들 모습에 내 기분도 좋아진다.
가장 큰 스승은 손님 어느 일간지에서 이태원 ‘버들골’을 소개하는 글이다. 10년 새 ‘버들골’은 이태원 대표 맛집, 멋집으로 소문이 났다. 그동안 내가 개발한 안주만도 수십 가지, 그중 메뉴에 올려 파는 안주만 28가지다. 모두 모양과 색깔, 디자인이 그럴싸하다. 또 모든 안주는 손님들의 검증을 거쳐 메뉴에 올려진 것들이다. 하지만 원래 버들골은 맛도 없고, 멋도 없는 술집이었다. 10년 세월 동안 조금씩 발전해 지금의 맛과 멋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버들골’표 맛, 멋 개발의 일등공신은 손님이다. 새로 개발한 안주는 늘 먼저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선을 보였고, 그러면 주인장 성의를 알아본 손님들이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차츰 이것을 더 넣으라, 아니면 어느 술집에 갔더니 어떤 메뉴..
삶은 고비를 넘길수록 달콤하다 ‘꿈의/ 40만/ 원’ 40만 원 매출, 장사를 하며 40은 내게 꿈의 숫자였다. 열 평 남짓한 가게에서 40만 원 매출을 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술집은 영업시간의 한계가 있다. 밥집이나 카페와는 달리 보통 8시는 넘어야 손님이 들기 시작한다. 게다가 동네에서 하는 술집은 12시, 1시면 끝이 난다. 그러니 고작 4~5시간 안에 그날의 매출을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버들골’은 7평 실내에 3테이블 가게 앞마당에 2테이블로 하루 매상 20만 원을 올리는데도 1년이 더 걸렸다. 2년이 넘어서야 30만 원 고지를 겨우 넘었고 40만 원 고지를 넘는 건 한계가 있다 생각했다. 17만 원! 장사를 시작하고 1년 동안 ‘버들골’ 최고 매출은 17만 원이었다. 그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