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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고비를 넘길수록 달콤하다


‘꿈의/ 40만/ 원’

40만 원 매출, 장사를 하며 40은 내게 꿈의 숫자였다. 열 평 남짓한 가게에서 40만 원 매출을 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술집은 영업시간의 한계가 있다. 밥집이나 카페와는 달리 보통 8시는 넘어야 손님이 들기 시작한다. 게다가 동네에서 하는 술집은 12시, 1시면 끝이 난다. 그러니 고작 4~5시간 안에 그날의 매출을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버들골’은 7평 실내에 3테이블 가게 앞마당에 2테이블로 하루 매상 20만 원을 올리는데도 1년이 더 걸렸다. 2년이 넘어서야 30만 원 고지를 겨우 넘었고 40만 원 고지를 넘는 건 한계가 있다 생각했다.
17만 원! 장사를 시작하고 1년 동안 ‘버들골’ 최고 매출은 17만 원이었다. 그나마 처음 몇 달은 하루 매상 1만9천 원이 다인 날도 있었다. 그때는 가게에서 받는 소주 값을 지불할 돈이 없어 소주를 대주는 사람이 오면 가게 뒤 골목에 숨어 있기도 했다. 어차피 물건을 많이 들이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 사람은 별 생각 없이 휙 가버리곤 했지만, 그 정도로 장사가 형편없었다. 가게 세 낼 날이 다가오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그때쯤 어느 날인가 50만 원 매출을 올렸다. 정말 특별한 경우였다. 당시 상황으로는 기적이었다. 누군가는 “사업하면서 50만 원이 뭐 그리 큰돈이냐”며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실제로 하루 매출 5백만 원, 1천만 원을 넘기는 가게도 많다. 하지만 그런 가게들은 억 단위의 자본으로 1백 평은 되는 곳들이다.
아무튼 그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날, 늦게까지 손님이 끊이질 않아 새벽 일곱 시까지 설거지를 했다. 정신없이 홀이며 주방을 들락거리는데 기분이 좋아 붕붕 떠다녔던 것 같다. 부랴부랴 가게 정리를 하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얼마 팔았는지 맞춰봐.”


오늘 정말 장사 잘했다고 자랑을 했다. 그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동안은 아내에게 위로받고 싶어도 차마 그러질 못했다. 늘 격려해주고 위로해주는 아내이지만 미안한 마음에 위로받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 전날까지만 해도 집에 들고 들어가는 돈도 빤하고, 벌써 집에 들어설 때 얼굴빛도 좋을 리 없었다. 장사하고 번 돈으로 장을 보고 나면 달랑 1만 원 들고 가는 날도 허다했을 때니…, 밖에선 밥도 못 사먹었다. 장사 안 되는 사정을 아는 아내가 조심스레 얼마나 팔았냐고 물어보기라도 하면 목이 메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50만 원을 팔았으니 아내에게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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