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Part3. 정성으로 채우는 술잔 - 주방교실 마음공부

 

 

 

 

주방을 모르면서 포장마차 장사를 할 수는 없다. 음식을 모르고 어떻게 음식 장사를 할 수 있겠는가. 주방 불 앞에서 일해본 적 없는, 겨울 수족관에 시린 손 한 번 담가본 적 없는 사람이 포장마차를 한다고 나설 순 없다.
주방에서 불과 물, 칼을 다루지 않고는 어떤 음식도 만들어낼 수 없다. 불 없이는 볶음요리든, 탕이든, 구이요리든 익히는 요리를 만들어낼 수 없고, 물과 칼 없이는 음식 재료를 준비할 수 없다. 그래서 주방 일을 하려면 우선 이 세 가지 기본을 다루는 훈련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자기 자신의 마음이다.


진정한/ 실력자는/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다.

처음 포장마차 일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 안주 만드는 법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나는 제일 먼저 불을 다루게 한다. 불을 다루는 마음으로 두려움을 날리라고 일부러 시킨다. 밑바닥부터 가르친다고 청소부터 시킬 이유가 없다. 장사를 배우러 온 사람들에게 청소는 노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불이 무서워 프라이팬에 재료만 담아놓고 우두커니 망설이는 사람은 마음이 두려움으로 닫힌 사람이다. 잡냄새를 없애려는 목적으로 프라이팬에 소주를 붓고 조리를 하는 자신에게만 집중하면 그만이다. 요리는 실패하면 다시 만들면 되지만 두려운 마음, 망설이는 마음은 그 자리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평생 그 마음이 그림자로 따라다닌다.



나에게는/ 포장마차가/ 곧/ 세상이고/ 교실이다.

나는 주방에서 안주를 만들며, 홀에서 손님들을 대하며, 가게 마당에 꽃을 심으며, 때로는 가게에서 홀로 끓고 있는 주전자를 통해 세상을 보고 인생을 배우고 ‘마음공부’를 한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후배들에게 맡긴 가게 주방부터 돌아본다. 프라이팬 모서리, 냉장고에 종류별로 정리한 식재료들을 보면 후배들이 어떤 마음으로 장사 준비를 했는지 읽을 수 있다. 낮과 밤이 바뀌는 피곤과 맞바꾼 삶, 그 삶이 버거워 흐트러질 때가 있다. 하지만 어려움에 닥쳤을 때 힘들다고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 무너짐도 리듬이 있어 걷잡을 수 없이 일상을 뒤흔드는 경우가 많다.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