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Part3. 정성으로 채우는 술잔 - 자전거가 있는 풍경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가게’
지금도 나는 예전 산동네 꼬부라진 골목길 어귀 허름한 선술집의 기억이 생생하다. 동네 아버지들, 아저씨들은 그 술집에서 파는 잔술 한 잔에 고된 하루를 씻어내기도 하고 다시 내일을 시작할 힘을 얻기도 했을 거다. 어쨌든 나는 그런 가게를 만들고 싶었다. 모두가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정과 낭만이 있어 서로 위로가 되는 술집을….
사실 장사를 하면서 점점 더 힘든 세상을 버티는 소외된 사람들, 서민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도 있다. 우리 가게에 들르는 손님이면 누구든 자신만의 삶의 애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일용직, 노동자들의 지친 몸을 쉬게 해주던 선술집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바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더 덧칠을 해 ‘버들골’만의 정취를 만들어냈다.
‘아버지의/ 자전거가/ 서/ 있는/ 풍경’
어릴 적, 선술집 앞 가로등 아래 서 있는 자전거는 꽤나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때만 해도 노동을 하는 서민들, 아버지들의 주요 교통수단은 자전거였다. 우리 아버지도 그랬다. 목수였던 아버지는 아침에 연장을 실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셨다가, 퇴근길엔 동네 초입 선술집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잔술로 하루의 피로를 씻곤 하셨다.
아버지가 밟고 달리시던 자전거 페달엔 삶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아마도 그 페달을 구르시며 아버지는 힘찬 하루의 아침을 시작하시기도, 때론 지친 몸을 실어 돌아오시기도 했을 것이었다. 언젠가 난 아버지의 자전거가 서 있던 선술집 앞, 그 풍경이 그리워 가게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연장을 실어 다니던 나무 상자를 구해 똑같이 자전거 뒤에 실고는 연장 대신 꽃을 심어두었다.
지금은 ‘버들골’ 트레이드 마크가 된 낡은 자전거, 주전자, 양은 냄비, LP판, 양철지붕, 가게에 세워둔 철기둥공사장에서 쓰이는 철근 버팀목… 모두 그 시절을 상상하며 만들어낸 소품들이다. 지금은 너무 많이 붙은 메모지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만 ‘버들골’ 벽도 60, 70년대 잡지 신문들을 뜯어 도배했다. 미닫이문도 원래는 그냥 천막이었던 문을 가게 리뉴얼을 하면서 바꾼 것이다.
‘빗소리가/ 들리는/ 가게’
양철지붕도 그렇다. 양철에 후두둑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그리웠다. 그 속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서가 배어 있다.
실제로 ‘버들골’ 프랜차이즈 방이점엔 실내에 양철지붕에 빗물 떨어지는 풍경을 연출했다. 가게 안에 양철지붕을 만들어놓고 수도를 연결해 수도꼭지를 틀면 지붕을 타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러면 손님들은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가게 안에서 빗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봇대를 만들어 거미줄처럼 전기선을 엉키게 연출한 ‘버들골’ 매장도 있고, 벽돌을 쌓아 담쟁이 넝쿨이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실현해놓은 매장도 있다. 전봇대는 일부러 비스듬하게 세워두었다. 모두 어릴 적 골목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들이다.
'장사꾼노하우 > 장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준용의 포차이야기 Part3. 정성으로 채우는 술잔 - 나무가 숨 쉬는 포장마차 (0) | 2015.12.17 |
---|---|
문준용의 포차이야기 Part3. 정성으로 채우는 술잔 - 주방교실 마음공부 (0) | 2015.11.18 |
문준용의 포차이야기 Part3. 정성으로 채우는 술잔 - 꽃 같은 안주 (0) | 2015.11.02 |
문준용의 포차이야기 Part2. 나는 포장마차 주인이다 - 이태원 양손잡이 주방장 (0) | 2015.10.22 |
문준용의 포차이야기 Part2. 나는 포장마차 주인이다 - 포장마차 주인이 지켜야 할 기본 (0) | 2015.10.12 |